티스토리 뷰
목차

클리셰 전성시대 이전에 만난 이야기
요즘 웹툰 플랫폼을 켜면 학대받던 여자 주인공이 다른 가문으로 옮겨가 사랑받으며 복수하는 서사가 정말 흔하게 눈에 띕니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되는 <괴물 공작가의 계약 공녀>도 그런 이야기 중 하나인데, 처음 이 작품을 접했을 때는 사실 큰 기대 없이 시작했습니다. 제목만 봐도 어느 정도 전개가 그려지는 느낌이었거든요. 학대받는 배경에서 시작해 새로운 가문으로 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사랑받으며 성장하고, 결국 알고 보니 원래부터 진정한 능력자였다는 반전까지. 지금 기준으로 보면 정말 전형적인 공식에 가깝습니다. 다만 이 작품이 나온 시점을 생각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지금처럼 비슷한 설정의 작품들이 쏟아지기 이전에 나온 작품이라, 당시 기준으로는 나름 신선하게 다가왔을 법한 이야기였습니다. 웹소설과 웹툰이 모두 완결된 작품이지만, 저는 웹툰으로만 정독을 완료했습니다. 그림체와 연출로 먼저 만난 이야기라 그런지, 익숙한 클리셰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편하게 볼 수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익숙한 전개, 그래도 손이 가던 몰입감
이야기의 큰 줄기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학대받던 공녀가 다른 가문에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그 안에서 서서히 사랑받는 존재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여자 주인공이 사실은 원래부터 특별한 능력을 가진 존재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복수의 서사로 이어지는 흐름이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요약하면 뻔하게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화를 넘겨가며 볼 때는 이런 전형성이 크게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음 전개가 어느 정도 예상되니까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었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클리셰라는 게 결국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서 반복적으로 쓰이는 공식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 작품도 그 공식을 충실히 따라가면서 나름의 재미를 챙긴 케이스라고 느꼈습니다. 웹툰만 정독했다 보니 그림체와 연출이 몰입도에 꽤 영향을 준 것 같은데, 전개가 익숙한 만큼 그림으로 보여주는 감정 표현이나 장면 전환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되어준 느낌이었습니다.
오글거리는 장면들, 그래도 준수했던 완성도
다만 끝까지 완전히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닙니다. 중간중간 연출이나 대사에서 조금 어색하다고 해야 할지, 요즘 말로 오글거린다고 해야 할지 애매한 장면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표현이 다소 과하게 느껴지거나, 인물들의 반응이 상황에 비해 지나치게 극적으로 그려지는 순간들 말이죠. 이런 지점들이 몰입을 완전히 깨트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읽으면서 종종 헛웃음이 나오는 순간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이 정도면 나름 준수한 완성도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야기 구조 자체가 워낙 익숙한 공식을 따르다 보니 큰 허점 없이 안정적으로 흘러갔고, 클리셰를 클리셰답게 잘 활용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걸 기대하고 보기보다는, 익숙하고 편안한 전개를 원할 때 보기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지금 시점에 비슷한 설정의 작품을 이미 여러 편 접한 독자라면 신선함은 크게 느끼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클리셰 입문자에게 권할 만한 작품
정리하자면, <괴물 공작가의 계약 공녀>는 학대받던 여자 주인공의 복수와 성장이라는 익숙한 공식을 충실하게 따라가는 작품입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전형적인 스토리로 느껴질 수 있지만, 비슷한 설정의 작품들이 지금처럼 넘쳐나기 이전에 나온 작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나름의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간중간 다소 오글거리는 연출이 있었던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는 준수한 편이었고 웹툰으로 정독하는 데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만약 이런 류의 클리셰 복수극을 아직 많이 접해보지 않은 분이라면, 이 작품으로 입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이미 비슷한 설정의 작품을 여러 편 봐서 전개가 눈에 훤히 보이는 분이라면 큰 새로움을 느끼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을 찾을 때 한 번쯤 다시 꺼내볼 법한, 부담 없는 완결작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