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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과의 첫 만남, 그리고 낯설었던 시작
판타지 장르를 오래 봐온 편인데도 유독 진입이 어려운 작품들이 있습니다. 나 혼자만 레벨업도 저에게는 그런 작품 중 하나였습니다. 워낙 이름이 알려진 작품이라 언젠가는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웹소설부터 펼쳐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게임 시스템이 현실 세계에 그대로 적용되는 설정, 헌터라는 직업군, 레벨업이라는 개념 자체는 낯설지 않았지만 막상 문장으로 읽어나가려니 생각보다 집중이 잘 안 됐습니다. 당시 저에게 첫 스토리가 그냥저냥 느껴졌기 때문인지 정작 이야기의 흐름을 즐기지 못했다고 해야 할까요. 몇 화 보다가 결국 손을 놓았습니다. 그렇게 나 혼자만 레벨업은 제 안에서 "언젠가 다시 도전해볼 작품" 정도로 남아 있었습니다. 완독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보다는, 나와 결이 안 맞나 보다 하고 자연스럽게 넘어갔던 것 같습니다.
웹툰으로 다시 만난 이야기, 매주 기다리게 된 이유
그러다 우연히 웹툰판을 보게 됐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그림으로 설정과 세계관이 눈앞에 펼쳐지니 그 때 그 글이 전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그 시각적인 힘 덕분에 이야기에 몰입하기가 훨씬 수월했습니다. 웹소설을 볼 때는 넘기 힘들었던 초반부가 웹툰으로는 자연스럽게 읽혔고, 어느 순간부터는 홀린 듯 정주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부터는 연재 주기에 맞춰 매주 업데이트를 기다리는 입장이 됐습니다. 다음 화가 올라오는 날을 은근히 체크하게 되고, 한 주 한 주가 쌓여서 완결까지 함께 달려온 셈입니다. 완결이 났을 때는 오랜만에 하나의 작품을 끝까지 지켜봤다는 뿌듯함이 있었고, 그 이후에도 문득 생각나면 처음부터 다시 정주행하곤 합니다. 시간이 꽤 지난 지금까지도 손이 가는 걸 보면, 저에게는 확실히 곱씹을수록 좋은 작품인 듯합니다. 웹소설과 웹툰,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즐기는 법 같은 이야기인데도 웹소설과 웹툰을 오가며 본 경험은 꽤 흥미로웠습니다. 웹툰을 보다가 특정 부분이 좀 더 궁금해지면 원작 웹소설에서 해당 내용을 찾아 읽어보곤 했는데, 그림으로 빠르게 지나간 장면이 텍스트로는 어떤 심리나 배경으로 설명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반대로 웹소설을 보다가 이해가 잘 안 되던 설정은 웹툰에서 그림으로 다시 보면 훨씬 명료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두 매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정주행했던 기억이 남아 있는데, 이런 식으로 매체를 병행해서 본 작품은 흔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보통은 한쪽 매체로 완결까지 보고 나면 다른 매체는 굳이 찾아보지 않게 되는데, 이 작품은 두 버전이 서로를 보완해주는 느낌이라 자연스럽게 병행하게 됐습니다. 텍스트가 주는 밀도와 그림이 주는 속도감을 각각 필요할 때 골라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이 이 작품을 오래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아쉬웠던 부분과 여전히 좋아하는 이유
물론 아쉬운 지점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무엇보다 저 스스로 웹소설 초반 진입에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 보니, 이 작품이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가는 작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스템이나 설정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선행되어야 몰입이 되는 구조라, 장르물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저처럼 초반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반대로 그런 진입 장벽을 넘고 나면 이야기가 주는 몰입감은 확실히 강력합니다. 최약체로 시작해 점점 강해지는 성장 서사는 클리셰라면 클리셰지만, 그 클리셰를 지루하지 않게 풀어내는 힘이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저는 여전히, 웹소설만으로 이 작품을 처음 접했다면 완주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저에게는 웹툰이라는 매체가 이 작품의 매력을 온전히 느끼게 해준 열쇠였던 셈이고, 그 점에서 작품 자체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매체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꼈습니다.
지금도 정주행하는 이유, 추천하고 싶은 독자
돌이켜보면 나 혼자만 레벨업은 저에게 "포기했다가 다시 사랑하게 된" 몇 안 되는 작품입니다. 웹소설로는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웹툰으로 다시 만나 완결까지 애정을 갖고 지켜봤고, 지금도 문득 생각나면 처음부터 정주행하게 되는 걸 보면 확실히 저와 잘 맞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만약 웹소설로 이 작품에 도전했다가 저처럼 초반에 흥미를 잃은 분이 계시다면, 웹툰으로 다시 시작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설정을 이해하는 부담이 줄어드니 훨씬 편하게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을 겁니다. 반대로 이미 웹툰을 재미있게 본 분이라면, 궁금했던 장면이나 설정을 웹소설에서 찾아 읽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습니다. 저처럼 두 매체를 병행하며 즐기다 보면, 하나의 이야기를 두 번 즐기는 듯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다시 손이 가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완결작을 찾는 분들께 편하게 추천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