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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지에서 우연히 만난 작품
요즘 웹툰을 챙겨보다 보면 알고리즘이 이상하게 취향을 잘 저격할 때가 있습니다. 저에게는 '주인공의 여동생이다'가 그런 경우였습니다. 카카오페이지 홈 화면을 훑어보던 중 섬네일과 짧은 소개 문구가 눈에 들어왔고, 별생각 없이 첫 화를 눌러본 게 시작이었습니다. 설정부터가 독특했습니다. 큰오빠는 사실 마왕이고, 작은오빠는 회귀자, 그리고 막내오빠는 다른 세계의 성자가 빙의된 존재라는 판타지적인 배경이 세 오빠 각각에게 깔려 있습니다. 형의 부활을 막기 위해 곁에서 케어해야 하는 작은오빠, 낯선 세계관을 몸에 지닌 채 살아가는 막내오빠까지, 저마다 감당하기 버거운 사연을 품고 있는데 정작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시선은 그런 거창한 설정과는 거리가 먼 여동생의 자리에 있습니다. 초반부는 세계관보다는 잔잔한 가족 일상물에 판타지 설정이 한 스푼씩 얹어진 느낌이라 부담 없이 편하게 볼 수 있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다음 화, 또 다음 화를 넘기게 되었습니다. 하루에 몰아보기보다는 며칠에 걸쳐 틈틈이 챙겨보는 방식으로 접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안쓰럽고 고맙고 얄미운, 세 오빠라는 존재들
웹툰을 정주행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여동생의 시선에서 그려지는 오빠들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었습니다. 표면적으로 여동생 눈에 비치는 큰오빠와 작은오빠는 그저 한량 백수들처럼 보이고, 막내오빠는 다른 세계의 성자가 빙의된 탓에 대화만 나눠도 머리가 아파지는 존재처럼 그려집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과거 어떤 사고가 있기 전까지는 셋 다 누구보다 든든하고 다정했던 오빠들이었다는 사실이 깔려 있고, 사고 이후 달라진 모습을 지켜보는 여동생의 마음이 안쓰러움과 고마움, 그리고 살짝 얄미운 감정까지 뒤섞여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정서를 풍부하게 만들어준다고 느꼈습니다. 이런 류의 가족 소재 작품이 자칫 밋밋해지기 쉬운 지점에서, 이 작품은 겉으로는 가볍고 코믹한 톤을 유지하면서도 그 아래에 형제자매 특유의 애증 섞인 감정선을 촘촘히 깔아둔 방식이 좋았습니다. 셋을 타박하다가도 결국 챙기게 되는 여동생의 모습,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각자의 사정이 조금씩 드러나는 전개가 몰입감을 더해주었습니다. 그렇게 편안하게 보다 보니 어느새 완결까지 정주행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슬슬 다음 전개를 기대했지만, 시즌1처럼 끝난 결말
다만 완결까지 다 본 입장에서 솔직한 아쉬움도 남습니다. 초반부의 일상물 같은 편안한 톤과 그 안에 얹어진 판타지 설정을 보면서, 슬슬 후반부에는 뭔가 새로운 전개나 사건이 하나쯤 터지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마왕, 회귀자, 이세계 성자라는 세 가지 설정이 이미 깔려 있는 만큼, 그 설정들이 본격적으로 이야기의 중심으로 들어오는 순간이 있을 거라 예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런 큰 전환 없이 이야기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웹소설로 치면 시즌1이 끝난 느낌, 만화책으로 치면 1권이 끝난 느낌이랄까요. 지금까지 쌓아온 세 오빠의 설정과 감정선이 더 크게 확장되기보다는 그 상태 그대로 정리되면서 완결을 맞이한 느낌이라, 보는 내내 좋았던 만큼 마지막에는 허전함이 크게 남았습니다. 캐릭터들의 매력이나 초중반의 편안한 전개는 분명한 장점이지만, 그 매력을 더 큰 이야기로 풀어내지 못하고 닫힌 느낌이라 아쉬움이 컸습니다.
가벼운 가족 판타지물을 좋아한다면
정리하자면, '주인공의 여동생이다'는 마왕, 회귀자, 이세계 성자라는 판타지적 설정을 세 오빠 각각에게 배경으로 깔아두고, 그 위에서 오빠들을 향한 안쓰러움과 고마움, 얄미움이 뒤섞인 감정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작품입니다. 거창한 전개보다는 편안한 가족 일상물 톤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판타지 설정들이 후반부에 본격적으로 확장되며 큰 사건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분이라면, 이 작품은 그 기대에는 못 미칠 수 있습니다. 저처럼 초중반의 편안함에 이끌려 완결까지 정주행했지만, 마지막에는 시즌1이 끝난 듯한 느낌으로 아쉬움이 남을 가능성이 있으니 그 점을 염두에 두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